[제 3060 호] 2019년 4월 17일 수요일 메인으로 | 전체기사 | 일일운항현황 | 독자투고 | 지난호 | 뉴스홈
[생생과학] 공항 활주로가 양방 통행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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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누군가 무심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나 던졌다. 공항 활주로는 일방 통행일까? 아니면 양방 통행일까? 비행기를 타 본 게 분명 여러 번인데,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물음에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없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이제 알게 된 답을 말하자면, 세계 어느 공항이든 활주로는 양방 통행이다.


그리고 거기엔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덧붙일 수 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바람 때문이다.


◇유선형의 날개에 숨겨진 비행의 원리


먼저 얘기해야 할 게 ‘비행기는 어떻게 날 수 있느냐’다.


그리고 날개를 퍼덕이지도 않는 비행기가 새처럼 하늘을 나는 원리를 얘기할 때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용어가 있다.


바로 ‘양력’이다.


양력은 위로 뜨게 하는 힘을 말하는데 비행기 무게, 즉 중력보다 양력이 셀 경우 비행기는 하늘로 비상할 수 있는 것이다.


양력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비밀은 곡면 형태를 하고 있는 날개에서 찾을 수 있다.


날개로 접근하는 공기 흐름이 날개 앞부분에 부딪히면서 두 갈래로 나뉘는데, 위쪽 곡면을 따라 흐르는 공기가 아랫부분으로 꺾어진 공기 흐름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내게 되면서 양력이 생기는 것이다.


공기의 속도가 빠를 수록 압력이 낮아지게 되고, 자연스레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돼 공기가 비행기를 위로 들어올리게 되는 원리다.


날개 곡면이 아래쪽은 평평하고 위쪽은 볼록한 유선형인 것도 이런 양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극대화시키려는 목적이다.


자세히 보면 비행기 날개 앞부분이 살짝 들려 있는데 이 역시 같은 이유다.


또한 양력은 정지해 있을 땐 생기지 않는다.


공기 흐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날개를 퍼덕이지 않은 채 공중에 멈춰 있는 새를 보기 힘들 듯, 비행기도 공중에서 가만히 멈춰 있을 수는 없다.


◇날개를 활짝 펴고, 빨리 달리면 비행기는 뜬다


비행기가 양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순간이 있는데, 이륙 해야 할 때다.


공기 흐름에 기반한 양력은 기본적으로 달리거나 날아가는 속도가 빠를수록 강해진다.


날개면에 흐르는 공기가 빨라지면서 양력 또한 커지게 되는 원리다.


여기에 공기가 맞닿는 날개 면적이 넓을수록 비행기를 위로 밀어 올리는 공기의 양이 많아져 자연스레 양력도 증가하게 된다.


일단 비행기 안에서 경험했던 이륙 순간을 떠올려보자.


이륙을 준비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면 힘차게 돌아가는 비행기 엔진 소리도 바로 들을 수 있다.


충분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활주로 주변에 있는 공기를 빨아들인 뒤 여러 번 압축과정을 거쳐 고압의 압축공기를 만들고, 여기에 연료를 분사해 폭발시키면서 추진력을 얻는 게 엔진의 작동 방식이다.


이륙을 위해서는 가벼운 동체를 가진 프로펠러기의 경우 시속 170~180㎞, 보잉(B) 747 등의 대형 여객기는 시속 270~350㎞의 속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기종이나 크기, 무게, 이륙 당시의 날씨 등에 따라 필요한 한계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다음은 날개 쪽 창가에 앉은 사람이 한 번쯤을 보고 신기해했을 장면. ‘움직이는 날개’다.


비행기 주 날개에는 ‘플랩(Flap)’과 ‘스포일러(Spoiler)’라고 불리는 장치가 숨겨져 있다.


비행기가 출발 준비를 마치고 활주로를 향해 움직일 때 날개 전ㆍ후방으로 쫙 펼쳐지면서 날개 면적을 한껏 넓히는 게 있는데, 보다 많은 공기를 날개에 맞닿게 해 양력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플랩이다.


고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플랩은 작동한다.


스포일러는 반대다.


착륙이나 고도를 낮출 때 공기 저항을 키우면서 양력을 줄이는 일종의 브레이크 기능을 하는 장치다.


착륙할 때 날개 뒤편에서 위쪽으로 수직에 가깝게 세워지는 ‘날개 속 날개’다.


이처럼 날개를 펴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게 가장 기본적인 이륙의 조건이다.


◇비행기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야 한다


“바람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어느 영화에 나온 유명한 대사지만 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이에게는 ‘천부당만부당’, 기겁을 할 말이다.


비행기에게 바람은 철저히 계산돼야 할,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착륙을 할 때도 양력은 필요하다.


양력이 갑자기 줄어들게 되면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는 순간, 무거운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행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내릴 수는 없으니 속도를 조금씩은 줄여야(그래도 시속 200㎞ 이상이다) 한다.


플랩을 다시 작동해 그만큼의 양력을 유지하면서 연착륙 하는 게 착륙의 기술이다.


여기서 등장해야 하는 게 바람이다.


기본적으로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바람의 세기와 방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람이 비행기 뒤쪽에서 불 경우 양력은 맞바람에 비해 약해질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이륙을 위한 도움닫기와 정지까지 가는 착륙거리가 길어지게 된다.


일정 속도 이상으로 뒷바람이 분다면 착륙거리가 활주로보다 길어질 수도 있어 착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앞머리를 약간 위로 향한 채 하강하는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맞바람을 조금이라도 더 활용하기 위한, 철저히 계산된 조종술 중 하나다.


옆에서 부는 바람, 또는 난기류라 불리는 ‘윈드시어’는 조종사들이 결코 좋아할 수 없는 바람으로 꼽힌다.


활주로가 양방향인 것도 바람 때문이다.


되도록 맞바람을 맞으면서 비행기가 뜨고 내려야 하는데, 공항에 부는 바람이 한 쪽으로만 불 순 없다.


활주로 방향 자체를 공항이 있는 지역에 부는 평소 바람을 고려해 짓는 것은 물론이고, 그 때 그 때 바뀌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고려해 비행기가 어느 쪽 방향으로 활주로를 이용할지를 정하는 것이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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