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58 호] 2018년 1월 23일 화요일 메인으로 | 전체기사 | 일일운항현황 | 독자투고 | 지난호 | 뉴스홈
아시아 항공여객 전쟁 갈수록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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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증가율 세계 최고 … 낮은 표값-설비투자 압박 이중고


이달 3일 신용카드로 비행기표를 결제할 경우 37달러를 추가 과금하겠다고 공지했던 '싱가포르항공'은 화들짝 놀랐다. 인터넷상에서 이용객들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한 이용객은 항공사 웹사이트에 "수치스럽게 돈만 밝힌다"고 격하게 비난했다. 싱가포르항공은 다음날 해당 조치를 철회했다.


일본 주간지 닛케이아시안리뷰(NAR)는 최근호에서 "아시아의 대표적 항공사로 분류되는 싱가포르항공이 하루만에 정책을 번복한 건 이 지역의 항공사들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싱가포르항공이나 캐세이퍼시픽 등 아시아의 대표적 항공사들은 크게 늘어나는 여행자 수만큼 경영에 있어서 격렬한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공여객 경쟁을 조망했다.


NAR에 따르면 가장 큰 이유는 에어아시아 등 저비용 항공사들에게 저가항공 티켓시장을 빼앗기는 동시에 에미리트항공과 카타르항공 등 중동 항공사들에게 프리미엄 급 장거리 노선을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중국 항공사들이 빠르게 경쟁력을 올리며 저가와 고가 시장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NAR는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환호성을 지르지만, 기존 대형항공사들은 티켓값을 낮추는 동시에 설비투자를 늘려야 하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대형항공사들의 대응책은 일단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다.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많이 남기는 방법을 강구중이다.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를 추가하겠다는 싱가포르항공의 실패한 시도는 저가항공사들의 기존 전략을 따라한 것이다. 이 항공사는 2017년 3월 사상 처음으로 분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3개년계획에 돌입했다. 조직을 줄였고 새로운 매출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승객이 사전에 좌석을 고를 경우 5달러를 추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가 저가항공 모델을 도입한 지 16년이 지났다. 싱가포르항공과 같은 대형항공사들도 저가항공사의 사업방식 일부를 따르기 시작했다. 유럽과 미주의 항공사들은 오래 전에 도입했다.


2016년 적자를 낸 캐세이퍼시픽 역시 이코노미 좌석 승객들에게 추가 비용을 받는 계획을 짜고 있다. 새로 들여온 보잉777-300기 객실엔 기존 기종보다 10개의 좌석이 더 많다. 지난 10년 동안 에어아시아와 직접 경쟁을 벌여온 말레이시아항공은 더욱 취약하다.


아시아 대형 항공사들의 공통적 난제는 티켓값의 하락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항공여객 시장의 경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여행수익 단가(유료승객 1인당 1㎞당 평균요금)가 계속 하락했다. 주목할 지점은 이 지역의 항공승객 수 증가율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여행과 사업 목적의 항공여행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이 지역 승객 수는 10% 늘었다. 3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이다.


최근 수익률 저하 속도가 줄었다지만, 여전히 수익률이 낮은 상황이다. 싱가포르항공은 자사의 저가항공사인 '스쿠트' 이용승객이 늘어난 덕분에 지난해 첫 분기순손실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낮은 티켓값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이 회사 CEO인 고춘퐁은 지난해 11월 "계속해서 수요가 늘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에 따라 설비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향후 승객이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시아의 항공사들은 새로운 여객기를 속속 들여오고 있다. 보잉사는 향후 20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새로 공급할 여객기를 1만6050대로 보고 있다. 이 지역의 기존 총 여객기의 4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현재 2000대 가까운 항공기가 운항중인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같은 기간 신규 여객기 수요는 1600대 정도다. 이 중 70%가 저가항공사에서 주문한 물량이다.


항공사들의 시장 성장 기대감은 근거가 있다. 향후 20년 동안 전 세계 항공 여행객 증가 예상치의 절반이 아시아인이다. 2022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물리치고 제1의 항공여객 시장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 소재 GMT리서치의 분석가 마크 웹은 "아시아 내 항공사가 너무 많다"며 "경쟁이 심화되면서 티켓값을 내리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나라에서는 과도한 경쟁을 막아서고 있다. 한국은 에어로K, 플라이양양 등 자국의 저가항공사 승인을 거부했다. 항공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이유에서다.


항공사들이 극심한 경쟁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적어도 최근 몇년 간 저유가 상황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마크 웹은 "저유가로부터 얻은 혜택 대부분은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이전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다시 오른다면 밑바닥 압박은 커질 전망이다. IATA는 2018년 항공사 유류비용이 전년 대비 19.6%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싱크탱크인 CAPA는 "저유가 덕분에 항공사들은 티켓할인 전쟁에 나설 수 있었다"며 "유가가 오를 경우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흥미롭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통이 아시아의 전통적 대형 항공사들에게 집중된 건 아니다. 2002년부터 아시아 저가항공의 선두주자인 에어아시아 역시 저가모델의 보편화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영상 압박을 느끼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디지털결제, 전자상거래와 소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이 회사 CEO인 토니 페르난데스는 지낸해 12월 "그동안 쌓은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알리바바나 아마존 등이 하고 있는 고객맞춤 상품을 우리도 개발해 팔겠다"고 말했다. 온라인결제 '빅페이'와 온라인면세점 '로키샵', 상품배송사 '레드박스' 등 비항공 부문 사업을 관장할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기업 분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홍콩에 거점을 둔 영국계 항공사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캐세이퍼시픽도 2017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약 10억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전망에 실패해 거액을 날린 탓이 컸다. 지난해 8월엔 20년 만에 최악의 반기손실을 내기도 했다. 11월엔 카타르항공에 지분 9.6%(6억6200만달러)를 팔았다. 이어 600명의 직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노조와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저가항공사가 고객을 앗아가는 통에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중국 항공사들의 진격이 거세다. 캐세이퍼시픽의 장점인 장거리여객 부문을 압박하고 있다. 에어차이나와 하이난항공이 새롭게 미국 노선을 취항했다.


특히 케세이퍼시픽은 '홍콩항공'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다. 지난해 홍콩항공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캐나다 밴쿠버, 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선을 신설하면서 캐세이퍼시픽보다 훨씬 저렴한 티켓을 내놓았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와 런던, 뉴욕 노선도 내놓는다.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홍콩항공은 같은 노선이라 해도 캐세이보다 훨씬 저렴한 티켓 발급이 가능하다. 에어버스 A330과 A350 모델은 캐세이의 주력 여객기인 보잉777 모델보다 연료효율성이 월등하다. 캐세이의 홍콩발 밴쿠버행 티켓은 홍콩항공보다 50% 비싸다.


캐세이는 올해 보잉777 모델에 좌석을 추가배치해 비용 압박을 줄일 계획이다. 또 지난해 홍콩발 워싱턴행 노선을 논스톱으로 운항한다고 밝혔다. 17시간이 소요되는 이 노선의 추가로 약 2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홍콩에서 출발하는 노선 중 최장거리다.


전문가들은 단거리 비행을 놓고 저가항공과 직접 경쟁하는 대신 장점인 장거리 운송, 기업인 대상 영업을 특화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교통산업 리서치사인 보콤인터내셔널홀딩스는 "기업인, 부유한 여행객들은 캐세이의 정확성, 질높은 서비스에 높은 점수를 준다"며 "보다 많은 이국적인 장거리 직항 노선을 개발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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