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CBS 라디오 출연해 “극히 드문 엔진 고장”
“30년 연구했지만 거의 처음 듣는 케이스”
/사진=뉴시스
제주항공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둘 모두 충돌 전 마지막 4분간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두 개의 엔진이 모두 기능을 상실해 기체가 전원 셧다운(공급 중단) 상태에 빠지면서 기록이 끊겼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항공 전문가는 “극히 드문 엔진 고장”이라며 700만분의1 수준의 확률이라고 설명했다.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제주항공 사고기의 블랙박스 마지막 4분이 기록되지 않은 점에 대해 “30년 (항공) 안전을 연구했는데 거의 처음 듣는 케이스”라며 “737 같은 경우 해당 장비는 항공기 엔진 제너레이터에서 나오는 교류 전원을 받는데 두 엔진 모두 기능을 상실했다는 뜻으로, 엔진 신뢰도가 굉장히 높은 요즘에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고 사례를 연구했지만 이렇게 블랙박스가 작동이 안 돼서 기록이 안 된 것을 본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말한 권 교수는 엔진 2개가 일시에 다 고장날 확률에 대해 “거의 700만분의1 수준”이라고 대답했다. 기본적으로는 엔진이 모두 꺼졌을 때 APU(Auxiliary power unit·보조 엔진)을 작동시켜 전원을 정상 공급하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보조 엔진을 작동시키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추정했다. 권 교수는 “항공기가 접근 중에 우측 엔진이 먼저 조류에 충돌을 하면서 우측 엔진이 꺼지거나 화재가 발생하고, 좌측 엔진도 같이 조류에 충돌해 엔진 2개가 꺼졌을 것으로 추정한다”라며 “이 경우 유압 장치가 안 되기 때문에 항공기 조종간이 굉장히 무거워진다. 조종사, 부조종사 두 사람이 꽉 잡아야 겨우 방향을 잡았을 것이고 랜딩기어 수동 조작이나 보조 엔진을 켤 손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9일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기(7C2216편) 잔해에서 수거된 비행자료기록장치(FDR)의 모습. 사각형 장치가 전원, 원통형 장치가 자료저장 유닛이다. 2024.01.01.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이처럼 블랙박스 '최후의 4분'이 미스터리로 남으면서, 사고 원인을 밝히는데 난항이 예상된다. 권 교수는 “CVR과 DFDR 비행 기록 장치에서 나오는 것만이 증거가 가능한데 이 기록들이 남아 있지 않게 되면 결국은 추정밖에 할 수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관계자는 "조사는 CVR과 FDR 자료만이 아닌 다양한 자료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이뤄진다"라며 "자료 저장 중단 원인이 엔진 동력 상실인지 연결 케이블 장치 오류인지 등을 밝히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가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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